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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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08년에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니가 가라 하와이’로 유명한 천당 아래 990당이라 불리는 하와이에 도착했습니다. 신혼여행으로 천상의 곳인 와이키키를 홀로 거닐던 그때가 있었습니다. 그 후에는 소들이 막 뛸 것 같은 텍사스의 휴스턴으로 왔습니다. 하와이에서 휴스턴 공항에 도착하던 날 습함과 함께 밀려오는 휴스턴의 찜질방 느낌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달라스에서 공부를 하며 5년을 살았습니다. 그 후에 모든 어르신들이 은퇴 후 살아보고 싶어 하는 네바다 주의 고지대인 Lake Tahoe의 리노에서도 살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은 살아보고픈 곳, 캘리포니아 주의 오렌지카운티에서 너무 좋은 환경가운데서도 살아보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지금의 훼잇빌로 오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지난 14년의 시간동안 미국령내의 동서남북을 가리지 아니하시고 저와 저희 가정을 인도하셨습니다. 어쩌면 이리도 많이 끌고 다니셨는지 지금 다시 이사 가라면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은 것이 이사인데,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알러지입니다. 미국 휴스턴에 살 때 선배목사님이 ‘이 목사 알러지 조심해야해, 너무 힘들어,,,’ 그때에는 그래도 스스로를 젊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그분이 하시는 말씀을 잘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알러지를 겪고 눈물, 콧물, 두통... 심할 때에는 구토를 겪다보니 이제는 이사하면 알러지가 먼저 생각나 기도합니다. 예전에는 주를 옮겨 이사를 하면 한 1년 반에서 2년까지는 괜찮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알러지 가 시작되는 시작점이 점점 빨라지게 되었습니다. 지난주에는 나린이 와 아내도 알러지로 엄청 고생하였습니다. 특별히 아내가 매우 힘들어하였는데, 마음에 짠함이 있었습니다. 늘 제게는 간헐적으로 드러나는 알러지여서 아직은 안심하고 그냥 있었는데 가족들이 심하게 아픈 것을 보고 요즘은 알러지 약을 매일 먹습니다. 가끔 눈이 많이 간지럽고 콧물이 나는 것이, 처음에는 그저 일교차에 의한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알고 보니 알러지인 것 같습니다. 온 가족이 그렇게 알러지로 고생하는 것을 보니 어느 날 문득, ‘아, 이제 나도 노스캐롤라이나 사람이 되어가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벌써 우리 교회에 부임한지 정확히 5개월 하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제 몸에 알러지도 지나고 있습니다. 아직 일 년도 안 되었는데... 요즘은 요놈의 알러지와 사투를 벌입니다. 눈물 콧물 흘리며... 강단에 설 때에 스크린에 비춰진 저를 보고 어느 날 아내가 말했습니다. ‘여보, 말씀전하다가 흡... 콧물소리 너무 웃겨... 빵 터졌어...’ 보기에 안 좋은 모습일지 몰라도 여러분의 목사가 이제 훼잇빌 사람으로 몸의 변화를 겪는 구나라고 이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오늘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밖을 지나가는 허리케인의 빗방울도, 노스캐롤라이나 주 훼잇빌의 알러지도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이 은혜에 감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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